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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드Yard

당신이 꿈꾸는 마당의 풍경
야드세일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야드Yard. 각종 미드와 헐리웃 무비로 단련된 우리에게 어느 미국 주택가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벼룩시장을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잔디 위에 깔린 돗자리와 그 위의 잡동사니들. 야드라는 이름에는 마당을 거닐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을 때의 기쁨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예를 찾길 바란다는 뜻을 담았다고 해요.
꼭 야드의 미션이 우리 곁 작은 예술을 소개하는 만든MANDEUN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창작자와 창작자가 만나는 정원은 어쩌면 야드세일이 열리는 앞마당이기도 할 테니까요. 야드가 열어 놓은 잔디밭에서는 재능있는 창작자들의 다양한 만남이 만들어진답니다.
공예를 주제로 다채롭게 펼쳐지는 야드의 프로젝트, 어쩌면 공예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 아닐까요. 그래서 더 궁금하더라고요. 지금 야드의 앞마당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을까. 만든은 야드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꿈꾸는 마당의 풍경은 무엇인가요?
about 야드Yard. 야드Yard는 기획자, 공예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가 모인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야드는 공예를 대중에게 더 쉽게, 더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공예 씬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로컬스티치와 함께 한 ’베드 앤 피시스Bed & Pieces’ 전시를 시작으로 2023 공예주간에서 선보인 ‘프론트야드 인스티튜트Frontyard Institute’까지 매 프로젝트를 통해 공예에 관한 야드만의 시각을 선보였습니다. 로컬스티치 회현의 야드 쇼룸에서는 공예 작가들의 매력적인 공예품을 구입하거나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야드에서 선보인 베드 앤 피시스Bed & Pieces(2021) 각 방마다 공예작가가 객실 콘셉트로 꾸민 쇼룸에서는 작가만의 공예품을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다.
만든에서 창작자를 만날 때면 섬세한 손길이 드러나는 작업 과정, 그리고 창작자의 작업 공간을 정성들여 촬영해요. 야드만의 작업이라면 공예와 대중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클래스’가 아닐까 싶더군요. 즉석에서 만든의 에디터 지니와 비아가 클래스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한 클래스는 흙한덩이 워크숍. 실제로 도자공예를 전공한 야드의 서진혁 작가와 함께 물컹한 흙덩어리를 빚으며 첫 인사를 나눴습니다. 흙을 다지고 넓히고 자르며 저마다 갖고 싶은 모양의 접시를 만들었는데요. 지니와 비아는 서로의 흙을 보며 역시나 우리 참 다르다며 웃었답니다. 도자기가 이렇게 재밌구나 싶던 시간. 즐거운 워크숍을 마친 후에는 야드 쇼룸에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서진혁 (이하 혁) 안녕하세요. 야드의 서진혁입니다. 저는 도자공예를 전공했고요. 공예가로 활동하며 늘 주변 작가들과 재밌는 걸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공예가로서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픈 바람도 있었고요. 이런 마음가짐에서 야드를 시작했고 지금도 공예 씬을 확장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이다원 (이하 원) 저는 이다원이고요. 야드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진혁이와는 학교에서 알게 된 사이에요. 서로 뜻이 맞아서 야드를 함께 만들었어요. 친구따라 강남 간 건가요? 맞아요(웃음)
장현나 (이하 나) 안녕하세요. 장현나입니다. 저는 금속공예를 전공했어요. 한 명의 공예가로서 저또한 공예 씬이 더욱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점이 진혁이와 잘 맞았고 그래서 같이 야드를 시작했어요.
공예 씬의 확장이라는 말이 인상 깊어요. 어떤 의미인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공예가로서 활동하며 생기는 고민이라고 할까요? 그런 얘기를 나눌 만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어요. 그때 마침 현나도 공예를 전공했고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여서 둘이 얘기를 나누다보니 서로 니즈가 맞았던 거죠. 다른 공예가들과 소통할 채널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 공예가를 위한 정보를 나누고 우리가 몸담은 이 시장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그런 채널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크루가 아니었어요. 그냥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모여서 뭐 하면 재밌을지 얘기나 해보자, 그런 자리였죠. 그와중에 교내 창업 동아리를 만들게 됐고 지원사업에도 선정되며 우리 활동을 조금씩 구체화했어요.
저는 공예가는 아니지만 공예 씬에 더 다양한 팀과 크루가 있으면 하는 바람에는 공감이 가요. 우리 셋이 야드에 모인 것처럼? 꼭 공예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작가들의 네트워킹을 만드는 것이 야드를 운영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야드, 서진혁
다른 창작자와의 연결망이 필요했다는 말 같아요. 활동 전후로 달라진 바가 있었나요?
아주 큰 성과를 이룬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신진 작가 분들께 좋은 반응을 받았어요. 저희도 공예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똑같은 신작 작가로서 겪은 어려움이 있거든요. (전시나 작가소개 같은)콘텐츠를 만들 때면 그런 고민을 담으려고 해요. 그 덕에 특히나 시작하는 작가분들께 공감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www.yard-greenhouse.com 신진 공예가와 주목 받는 작가의 매력적인 작품을 판매하는 야드 그린하우스GREEN HOUSE
그동안의 프로젝트를 볼 때면 야드만의 디자인 콘셉트가 있다고 느껴요. 세리프체가 자주 쓰인다거나. 미니멀한 로고 디자인이라거나.
실은 전체를 관통하는 콘셉트를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매번 새롭게 시도하려는 편이에요. 물론 프로젝트를 거듭하며 그 사이 자리 잡은 브랜드 컬러 같은 게 있긴 한데요. 너무 그것만 되풀이하는 것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야드는 매 프로젝트마다 매번 다른 기획을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기획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야드의 팝업 키디자인. ‘하우스 오브 럭키HOUSE of LUCKY’와 ‘스틸북스 스테이션STILL BOOKS STATION’
야드, 이다원
베드 앤 피시스부터 프론트야드 인스티튜트까지.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되게 개성 넘쳐요. 모두 별개의 프로젝트지만 한편으로 그 프로젝트 간에도 강조되는 야드만의 중요한 기준이 있을까 싶어요.
작가와 작품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을 할 때도 작품이 더 돋보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 같아요. 배경이 너무 화려하면 작품의 세세한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하고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를 컨택하려고 해요. 야드를 시작할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요. 신진 작가에서 시작해서 전문적인 중견 작가로 연결되는, 그런 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매력적인 신진 작가를 더 많이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진 작가분이라면 작품을 판매한 경험이 없다 보니 입점은 어떻게 하는지, 또 작품 가격 설정이라거나 수수료 같은 부분에서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 저희와 대화하며 도움을 받아 가기도 하시고요. 일부 작가님은 저희 제안을 받고 내가 창작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도 계셨어요.
프론트야드 인스티튜트Frontyard Instituted에서는 앞마당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참가자가 저마다 연구원이 된다. 앞마당 연구소에서는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다.
신진 작가를 섭외할 때는 주로 어떤 채널로 찾아보세요?
우선 두 친구들이 공예 전공을 했다 보니 주변에 네트워크가 있는 편이고요. 저는 평소에 디깅을 자주 해요. 우연히 눈길이 가는 작업이 있으면 저장해놨다가 나중에 다 같이 살펴보며 협업하면 어떨지 제안하기도 하고요.
확실히 요즘은 SNS를 많이 활용하다보니 그쪽으로 찾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고요. 아니면 발품을 팔아야죠. 작은 전시나 행사, 프리마켓을 찾아다니다 보면 눈에 띄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께 연락을 드리죠.
야드와 초아진 작가가 협업한 전시도 기억에 남아요. 초아진 작가는 난초를 소재로 작업하는 분인데요. 너무 평면적인 분류겠지만, 이건 원예 아닌가? 공예는 아니잖아.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야드가 소개하고 싶은 장르가 많이 열려 있다는 느낌이었고요.
저희는 야드를 ‘손으로 만든 모든 물건들에게 열린 공간’이라고 소개해요. 요새 핸드메이드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쓰잖아요? 심지어는 공산품에도 수제 간식이라며 핸드메이드라는 말이 붙을 때가 있는데요. 어쩌면 그런 상품과 플랫폼들이 공예의 의미를 너무 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꼭 공예가 아니어도 정말 손으로 만들어진 것을 소개하려고 해요. 그래서 초아진님과 같은 브랜드와도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야드와 초아진 작가가 함께 한 팝업 전시, 계절의 조각(2023)
야드, 장현나
앞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냐고 물었잖아요. 저는 이게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했어요. 야드는 관객과 참여자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것 같았거든요.
야드 쇼룸을 오프라인으로 운영하며 클래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작업실이 없는 작가들에게는 클래스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개인 작업실을 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그래서 공예를 전공하는 학생이나 아직 작업실이 없는 작가를 섭외해서 저희 공간과 도구를 사용하여 클래스를 열도록 도와주고, 계속해서 이곳이 클래스를 통해 소비자와 작가가 만나는 공간으로 운영되는 게 저희 목표에요.
클래스가 아니라도 작업실이 필요한 작가가 편하게 방문해서 작업하고 갈 수 있게끔 가마나 가죽, 유리, 섬유 공예 도구를 준비해뒀어요. 작가들은 우리 도구로 수업을 열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 작업을 하다 가도 되고요. 그 장면을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이 자유롭게 구경하는, 이런 연결이 계속 발생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한 켠에서는 공예가가 작업을 하고, 다른 한 쪽에는 전시가 열리고.
작품도 판매하고, 클래스도 열리고.
혹시 작업실을 사용한다면 별도의 이용 절차가 있을까요?
공식적으로 이용 신청을 받는 단계는 아직 아니에요.
지금은 그냥 편하게 DM으로 문의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새삼 생각해보면 야드의 콘텐츠는 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했던 것 같아요. 막상 공예가들에게 야드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을까요?
가장 어려운 질문 같은데요.(웃음)
진지한 메시지 보다는, 그냥 진짜. 야드라는 공간을 편하게 생각하고, 아주 가볍게, 또 자주 찾아와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멋진 팀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재밌는 프로젝트가 또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해요.
앞으로의 계획으로 대신 답하자면, 저희는 공예를 결과보다 과정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공예가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미 완성된 제품만 사용하니까요. 그런데 클래스에서 직접 도자기를 만들며 다양한 기법을 배우고, 재료의 물성 위에 자기만의 철학을 담다보면 공예를 그 전보다 더 입체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야드에서는 클래스를 통해서 공예의 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요.
말씀하신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야드의 클래스 같은 콘텐츠가 전달되어야 겠죠. 어떻게 더 많은 매칭을 만들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 중이에요.
공예 전공자 중에서 공예 작업을 유지하는 분들이 사실 굉장히 적어요. 그래서 더욱 공예가들이 이탈하는 일 없이 함께 모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예가들이 정말 가볍게 야드를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아까 체험하셨던 흙한덩이 클래스가 곧 오픈할 예정이에요. 많은 분들이 편하게 와서 체험할 수 있도록 회차도 더 많이 오픈할 계획입니다.
올해 공예주간에 참여하셨던 워크숍 맞지요? 오늘 재밌었어요.
그때  인기가 너무 많았거든요. 두 분도 더 여유롭게 진행했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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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Yard B1
사진 : 마에스트리 비주얼
에디터 :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