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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작소 ~ 로컬드 ~ 낭만섬

MANDEUN x UGF 우린 다른 점이 같아, 세 개의 로컬 브랜드와 함께 하는 미니토크

만든에서는 오는 10월 개최하는 국내 유일의 미닝아웃 굿즈 페어, 언유주얼굿즈페어에 참여하는 3개의 로컬 브랜드를 만났습니다.
울릉도, 강화도, 그리고 원주까지. 서로 다른 지역에 기반하는 세 개의 브랜드가 자그마한 웹캠을 켜놓고 모였어요.
때로는 지역 기반 비즈니스, 때로는 온라인 콘텐츠, 때로는 하나의 로컬을 넘어서는 연결.
도대체 로컬 크리에이터가 뭘까요? 우린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브랜드 소개부터 시작했어요.
조그만 모니터 창으로 떠든 1시간 30분의 수다. 누가 화상회의로 이렇게나 길게 대화할 줄 알았을까요. 로컬에 관해서는 고민과 관점이 깊고 다양한. 울릉공작소, 로컬드, 그리고 낭만섬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어쩌다 시작되었나요?
about. Unusual Goods Fair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열리는 언유주얼굿즈페어UGF는 가치 있고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굿즈를 찾는 소비자와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굿즈 플랫폼입니다. 2023년, UGF는 WE LOCAL을 주제로 다양한 로컬 브랜드를 소개하며 “로컬과 친구맺기”를 제안합니다! * 언유주얼굿즈페어 홈페이지
안녕하세요. 각자 소개 부탁드려요.
울릉공작소 울릉공작소를 운영하는 임효은입니다. 저는 2018년부터 울릉도에 거주하면서 울릉공작소라는 이름으로 여행 기념품을 만들고 있어요. 애초에 연고가 있던 건 아니고요. 우연히 여행으로 왔다가 좋아서 살게 됐어요.
그전에는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울릉도에서도 원래 하던 일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기념품 디자인하는 일을 하게 됐죠. 최근에는 울릉도와 인근 지자체에서 요청하는 디자인 외주 작업도 하고 있어요.
로컬드 안녕하세요. 로컬 푸드 브랜딩 스타트업 로컬드 대표 윤희준입니다. 저희는 지역 특산물에 트렌디한 감성을 더해서 사랑받는 디저트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중 첫 번째로 인천 강화도의 특산물인 사자발 약쑥이라는 아이템을 선정하였고요.
사자발 약쑥은 강화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해풍 쑥이에요. 박하 향이 나는 게 특징이고 이름대로 정말 사자발처럼 생겼죠. 이 매력 넘치는 특산물을 소재로 잼을 만들고 있답니다.
낭만섬 저희는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하는 낭만사라는 기획사에요. 다양한 사업 중에 하나로 로컬굿즈브랜드 낭만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주에서 브랜드를 만든 이유는 사실 꼭 원주여야지 했던 것보다 서울에 가기 싫었던 것이 컸어요. 낭만사는 문화콘텐츠학과를 전공한 대학 동기 4명이 창업한 회사예요. 전공을 살려서 일하려면 수도권에 가는 방법 말고는 없을까, 원주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다 직접 창업하게 됐죠.
울릉공작소 매장 전경 ⓒ울릉공작소

‘WE LOCAL’ by UGF 로컬에 관한 세 브랜드의 관점

낭만섬은 꼭 원주여야 했던 것보다 비수도권인 점이 중요했다고 말했지만. 반면 로컬드는 하필 강화도의 특산물을 첫 번째로 소재를 고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각 브랜드에 꼭 이 지역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울릉공작소 울릉도는 이름만 들어도 우리나라 사람이면 아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울릉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으면 다들 잘 모르더라고요. 일단 경상북도에 있는지도 잘 모르시고요. 울릉도에서 명이나물이 유명한 것도 많이 모르시죠. 울릉도를 어떻게 가는지, 배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하는지 이런 기본적인 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어쩌면 되게 신비로운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울릉도는 섬이 작고 인프라도 작아서 사람이 많이 온다고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올 수 있는 방문자의 양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더라구요. 그런 부분에서 오히려 울릉도가 지속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울릉도가 더 유명해져도 올 수 있는 이의 한계치가 있으니 신비로운 이미지를 계속 지킬 수 있으니까요.
로컬드 저희는 쑥이라는 아이템을 먼저 정한 다음, 여러 지역의 쑥을 찾아봤어요. 그중에 강화도 쑥이 좋았던 건 박하 향이 나는 점도 특이했지만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이다 보니 어딘가 거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더불어 강화약쑥이라고 하면 왠지 어르신들이 즐기고 아는 사람만 아는 특산물 같은 느낌이 있어서 젊은 세대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첫 번째 제품으로 강화약쑥을 선택하신 건데요. 이후에 또 다른 특산물을 고르고 또 다른 디저트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혹시 현재 준비 중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로컬드 마침 두 번째 제품으로 강화속노랑고구마를 이용한 잼을 개발 중이에요. 속노랑고구마는 호박고구마를 생각하시면 돼요. 수분이 많아서 촉촉하고 당도가 높고요. 이름처럼 속이 되게 노란색이에요.(웃음)
로컬드의 강화 사자발약쑥 잼 ⓒ로컬드
낭만섬 저희는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꼭 원주여야 했던 건 아니에요. 서울에 가기 싫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일단 문화예술과 관련된 회사들이 이미 잘 갖추어진 곳에서 내가 더 새롭게 해볼 만한 일이 남아있을까 싶었어요. 뭔가 도전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원주에서 우리만의 브랜드를 직접 만들게 된 거 같아요.
낭만사도 있고 낭만섬도 있는데 두 브랜드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요.
낭만섬 낭만사에서는 주로 강원도 지역의 행사와 축제 기획을 해요. 그런데 이 분야가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나뉘다 보니 비성수기 때에도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사는 지역을 소재로 브랜딩 사업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낭만섬이에요.
세 브랜드 모두 특정 지역을 소재로 삼는 셈인데요. 그 지역과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예를 들어 지역 조사를 할 때는 어디를 가는지 등.
로컬드 로컬드에서는 사자발약쑥을 재료로 쓴 잼을 만드는 만큼, 당연하지만 강화의 사자발약쑥 농가와 관계를 맺고 있어요.
그 외에도 강화에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정말 많아요, 저희는 늘 강화를 더 많이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지역의 명소나 강화군민분들이 갖고 계신 이야기를 로컬드의 인스타그램으로 담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만들 때는 직접 강화를 방문해서 물어보기도 하고요. 강화군청에 자문을 구하기도 해요.
낭만섬 저희는 거의 모든 거래처가 강원도에 있는 기업이에요. 제품을 만들 때도 강원도에 있는 것을 소재로 삼다 보니 행사를 하러 (강원도의)이곳저곳 방문할 때면 그 주변을 좀 더 시간 내서 둘러보기도 해요.
반면 제품을 만들 때의 제작 업체는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강원도에도 조금씩 업체들이 생겨나는 중이어서 웬만해선 강원도에 있는 곳과 일하려고 해요.
낭만섬 같은 경우에는 마스코트 캐릭터가 있지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듣고 싶어요.
낭만섬 처음 브랜드 사업을 시작할 때 굿즈 제작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다보니 어려움이 컸어요. 사업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브랜딩이나 콘셉트 수립이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강릉에 있는 브랜딩 전문 업체에 의뢰해서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 나갔어요. 우리가 원하는 스토리를 말하면 그 틀에 맞춰 디자인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었죠. 캐릭터를 만들 때 제일 강조한 건 귀여운 거였어요. 무조건 귀여운 거.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 캐릭터에 친근감을 느꼈으면 했어요. 직접 인형을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계속 사진을 올린 것도 그런 이유예요. 이 인형은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고요, 딱 하나만 있거든요. 이 친구를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거죠.
이 인형은 앞으로도 하나였으면 좋겠네요. 세상에 진짜로 존재하는 친구 같아요.(웃음)
강원 감자와 트래블링 베어 인형, 트래블링 베어 인형은 무려 세계에 하나뿐이다 ⓒ낭만섬
울릉공작소 울릉도에 좀 더 살기로 결심했을 때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거기 제가 울릉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 울릉도를 배경으로 그린 웹툰을 올렸죠. 그때만 해도 인스타그램에는 울릉도 사진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사진을 올리면 현지에 계신 주민분들이 먼저 반응해 주시더라고요. 여기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사실 서로서로 다 알거든요.
그 후에는 제 직업이 디자이너기도 하니 울릉도에 행사가 있을 때면 작업 제안이 오기도 했고요. 제가 만든 굿즈를 납품하면서 울릉도의 기념품숍이나 카페 사장님들과 친해지기도 했어요. 근처 사는 이웃분들과 관계를 꾸리면서 친구도 생기고 생계가 꾸려지고 일 년 더 살 수 있게 되고.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반면 로컬 브랜드여서 겪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 다양한 고민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낭만섬 인프라를 생각해 봐도 비수도권에는 업체가 별로 없죠. 인쇄물 하나를 만든다고 해도 서울까지 가서 감리를 봐야 하고 그게 어렵다 보니까 감리를 안 보는 상황도 생겨요.
반면 어떻게 보면 원주는 서울이랑 가까운 편이에요. 기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니까 원주 사는 사람들이 전시나 공연을 볼 때는 대부분 서울로 가죠. 그래서 원주에서 열리는 행사가 서울보다 못할 거라는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 회사의 소셜 미션 중에 하나는 지역 내에 문화소비구조를 만드는 것이기도 해요.
로컬드 우선 저는 면허가 없어요.(웃음) 제가 처음에 강화군청에 자문을 구하러 갔을 때 군청에서 미팅을 끝내고 나오니 지금 당장 오는 버스를 타지 않으면 오늘 집에 못 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더 살펴볼 것도 없이 강화군청만 다녀온 적이 있어요.
저희는 인스타그램에 강화에 대한 콘텐츠를 올리다 보니, 우릴 통해 강화를 접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강화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할 수 있을까, 아니면 혹여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진 않을까, 이런 고민이 생겨요. 아무래도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그 지역에 관해 이해하고 녹아들어 가는 과정이 제일 어렵지 않나 싶어요.
강화를 소개하는 콘텐츠 중에는 어떤 게 있었나요?
로컬드 사자발약쑥을 소재로 만든 쑥쑥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최근에는 쑥쑥이가 등장하는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는데요, 거기서 강화의 석모도 온천을 소개했어요. 앞으로도 로컬드만의 방식으로 강화의 것들을 계속 소개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쑥쑥이와 함께 한 로컬드의 행사 부스 ⓒ로컬드
울릉공작소 실은 저도 운전은 한평생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사람인데 울릉도에 살려다 보니까 어쩔 수 없겠더라고요. 거의 강제로 운전면허를  땄어요. 그리고 20년 다 돼가는 SUV를 하나 구해서 타고 다니는데요. 단점이 있다면 울릉도에서만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울릉도는 신호가 없거든요.(웃음)
아까 낭만섬에서 인쇄 감리를 서울까지 보러 가는 어려움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도 같은 처지예요. 일단 울릉도에는 인쇄소부터 없고 배송 하나 받으려고 해도 최소한 일주일 전에 시켜놔야 하니 불안감이 크죠.
그리고 울릉도에 한 5년을 살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답답할 때가 있어요. 제가 올해 언유주얼굿즈페어에 나온 이유도 좀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 할 것 같아서였어요.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사는지 알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이건 울릉도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분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지역 주민들은 계속 줄어들고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데 우리또래 친구는 없거든요. 결국 수도권에 가지 않는 한 제가 어울릴 수 있는 동료가 없는 건데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 다른 지역과 교류하는 것 같아요.
울릉도는 보통 생활권을 포항까지 잡아요. 그래서 포항에 있는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섬 밖의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울릉도가 아닌 지역과 교류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일전에 전주의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서노송동이란 지역에서 원도심 라운딩을 기획한 적이 있어요. 서노송동은 원래 성매매 업소가 줄지어 있던 곳이었는데 지역 창작자들이 시정과 함께 업소를 하나둘 매입하고 독립책방 등으로 바꿔나가며 지역 상권을 변화시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전주에 사는 분들은 막상 서노송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잘 몰랐어요. 원도심 라운딩에 참여한 분들도 대부분 외지인이었죠. 저희는 그게 좀 아쉬웠는데 정작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우리 서사를 들으러 다른 지역 사람이 오는 게 오히려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지역이 확장되며 다양한 계기가 생긴다는 요지였죠. 참 인상적인 이야기였는데 울릉공작소도 비슷한 결의 말씀을 해주신 것 같네요.
바다 풍경 앞의 ‘정동진 인센스 홀더’ ⓒ낭만섬

가치있고 오래도록’ by UGF 로컬과 일상을 연결하는 매력적인 굿즈들

지금 만들고 계신 굿즈나 제품들, 작업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한 명의 창작자로서 지금 만들고 계신 것들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로컬드 아시다시피 쑥잼이란 종류는 시장에 없다시피 해요. 거의 최초로 제품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모든 멤버가 일일이 레시피를 만들고 다시 바꾸고 또 만들어 보며 부딪힐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쑥잼에 대해서는 저희가 제일 잘 아는 사람일 거예요.
쑥잼이라는 말 자체가 친근할 수 있지만 또 쑥에 대한 호불호가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있기도 해요. 그래서 더 감사한 건 강화도 쑥으로 만들었다고 말씀드릴 때 거기 쑥 좋은 거 나도 안다, 거기 쑥 유명하지,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면 기존 특산물이 갖고 있는 신뢰가 정말 두텁다는 걸 느끼거든요. 어쩌면 우리가 강화도의 특산물로 제품을 만드는 게 곧 강화의 힘을 얻어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잼은 병에 담아서 팔잖아요.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잼을 다 쓰면 병을 양념통처럼 다른 용도로 사용하도록 말씀드리고 있어요. 이런 점은 언유주얼굿즈페어의 가치와도 잘 맞는다고 느껴요.
아마 제품 개발을 할 때 시식회 같은 자리를 갖지 않을까 싶은데, 반응은 어땠나요?
로컬드 신기했던 반응이 하나 있는데요. 이게 잼이다 보니까 빵에 찍어 먹는 게 제일 맛있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먹어봤을 때는 백설기에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더라고요. 이번 언유주얼굿즈페어에서도 백설기와 같이 먹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해요
또 예전에는 반반 잼이라고 해서 쑥잼 반, 초코잼 반, 이런 식으로 구성해 본 적도 있는데요, 의외로 다들 쑥잼이 제일 맛있다고 얘기해주셨어요. 그럴 때면 우리 제품에 더 확신이 생기기도 하죠.
빵에 먹어도 맛있고 백설기에 먹어도 맛있는 사자발약쑥 잼 ⓒ로컬드
울릉공작소 처음에는 막연히 울릉도에 기념품이 없어서 제가 만들었어요. 이 좋은 동네에 왜 기념품이 없을까 싶더라고요. 일단 제일 만들기 쉬운 엽서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다음에는 열쇠고리처럼 가볍게 살 수 있는 기념품들을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일회용이나 다름없는 것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요즘의 환경적인 관심과 발맞춰서 내 제품도 조금 더 그 자체에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리사이클링 열쇠고리에요. 병뚜껑으로 만드는 굿즈가 요즘 많잖아요. 저도 울릉도 병뚜껑을 모아서 오징어랑 문어 모양 열쇠고리를 만들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걸 몇천 원씩 주고 산다는 게 말이 되나 했어요. 어떻게 보면 쓰레기인 거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죠.
그리고 명이나물을 디자인한 콘텐츠는 별로 없잖아요? 5~6월이면 명이나물에도 민들레 같은 꽃이 피거든요. 그걸 일러스트로 그려서 유리잔에 새겨봤더니 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명이꽃이라는 게 있었냐며 신기해하시는 분도 계시고 컵을 쓸 때마다 울릉도가 생각난다는 분도 계시고요.
울릉도를 표현한 다양한 굿즈들 ⓒ울릉공작소
병뚜껑으로 만든 알록달록한 문어 키링 ⓒ울릉공작소
낭만섬 최근에는 강원도 감자 캐릭터를 활용한 시리즈에 주력하고 있어요. 강원도 하면 일단 감자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도 하고, 또 강원도 감자를 소재로 한 유머가 되게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강원도 사람들은 버스 탈 때 감자로 버스비를 내냐 이런 식의 밈이 있는데 그걸 제품에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제로 교통카드도 만들었답니다. 이런 식으로 재밌는 물건을 만들려고 해요.
동시에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계속 쓸 수 있는 물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물건을 만들려고 하고요. 제일 최근에 낸 제품이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치약짜개예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수세미도 만들었고요.
강원 감자의 꼭 다문 입모양 치약 짜개 ⓒ낭만섬
감자 밈에서 착안한 강원 감자 버스카드 ⓒ낭만섬
참 재밌는 게 로컬 브랜드가 정말 다양한데도 하나 같이 친환경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것도 어떤 경향성이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로컬로 향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서울 중심의 삶에 대한 대안성일 수 있으니, 또 다른 대안성인 친환경이 친구처럼 붙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낭만섬 대기업이 아니어서 가능한 고민인 것 같기도 해요.
맞는 말이에요. 오히려 작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는 노력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낭만섬 (사전 질문지에는)로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실감하냐는 질문이 있었잖아요. 실은 다른 두 분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로컬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대형 브랜드가 보여주는 로컬 이미지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실제로 그 지역을 가거나 그 지역의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이미지를 활용한 제품을 소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닐지 싶은 거죠. 혹시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울릉공작소 먼저 제 생각을 얘기하자면, 지난주에 부산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부스 참여를 했어요. 그때 울릉공작소라고 이름을 달고 있으면 사람들이 부스 앞을 지나며 이런 얘기를 나누시더라고요. 울릉도를 콘셉트로 하는 브랜드인가보다. 당연히 저를 울릉도에서 왔다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울릉도에서 왔다고 말하면 다들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냐면서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꼈죠. 호기심이 담긴 좋은 눈빛이라고 할까요?
지금은 대기업에서 특정 지역의 콘텐츠를 갖고 만드는 이벤트성 제품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또 한쪽에는 그 지역만의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거. 브랜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을 유발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런 호기심을 로컬 콘텐츠가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로컬드 사람들에게 로컬이 관심사가 된 건 맞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이 로컬을 주제로 상품을 출시하는 건 소비자가 로컬을 화두로 삼고 있기 때문이 아닐지 싶거든요. 주변에서 말을 들어보면 최근 창업하는 분 중에서 식품군은 7~80%가 로컬이다, 이런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창업에서의 로컬과 소비자가 느끼는 로컬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소비자에게 로컬은 정말 그 지역에 사는 분, 그 지역에서만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것 같고요. 반면 창업자는 아무래도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로컬을 다루지 않을까 싶어요.
울릉도의 정겹고, 그런데 이국적인 항구 풍경 ⓒ울릉공작소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담은 엽서들 ⓒ울릉공작소
로컬드 이어서 궁금한 게 있다면, 혹시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지역 주민이나 지역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중요한 요소이겠으나, 브랜드마다 생각하는 비중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낭만섬 저희는 원주에서 행사를 많이 하는 만큼 지역 비중이 큰 편이에요. 반면에 로컬드는 강화에서만 쑥잼을 파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꼭 저희처럼 지역 내에 거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울릉공작소 하는 일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제 브랜드를 만들려고 울릉도에 온 게 아니고, 살고 싶어서 울릉도에 온 거였고요. 그런데 살고자 하니까 일해야 했고 그때 찾은 일감이 지금 하는 브랜드라서,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해 지역과의 연관을 찾은 셈이죠. 물론 지역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조금 더 많은 기회가 생겨요. 브랜드 차원에서도 지역 내에 알려지는 건 판로를 만드는 일이거나 홍보 효과를 만드는 일이고요.
낭만섬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지역 차원에서 연결해 주는 일이 되게 많아요. 주변에 추천해 주시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점에서는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좋겠죠.
강릉, 고성, 영월, 문진을 담은 북홀더 ⓒ낭만섬
로컬드를 만들어가는 친구들 ⓒ로컬드
긴 시간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마무리는 한 명의 창작자로서 여쭈어보고자 해요. 울릉공작소, 로컬드, 낭만섬을 만들어 가는 여러분께 ‘만드는 일’이란 무엇인가요?
로컬드 할 수 있어서 감사한 일. 잼을 만드는 일에는 제 열정뿐만 아니라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누군가 있어야 하고, 또 한쪽에는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잖아요. 이런 모든 게 있어야 내가 계속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언가 만들 수 있다는 건 저에게 되게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울릉공작소 내 삶의 원동력. 직장인으로 살 때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려지지 않았는데요, 지금은 제가 만드는 브랜드가 나 스스로와 동일시돼요. 그렇다 보니까 계속 미래를 그리게 되더라고요. 내일은 무슨 일을 할까, 또 올해 무슨 일을 이루어 낼까, 자꾸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낭만섬 만드는 일은 제게 삶을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에요. 바꿔 말해서 재미가 없어지면 사실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는 일이고요. 역시나 저는 재밌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노을이 아름다운 울릉도 ⓒ울릉공작소
울릉공작소 인스타그램
로컬드 인스타그램
낭만섬 인스타그램
언유주얼굿즈페어 인스타그램
사진 : 울릉공작소, 로컬드, 낭만섬
에디터 : 지니